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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화폐 원조 아니지만 '전국화' 이재명 작품
기본소득과 결합해 지역경제 선순환 낳아
이번 대선엔 '국비 발행 의무화' 공약 앞세워
재정부담 가중 우려와 효과성 논란은 숙제
사진은 성남 지역화폐인 성남사랑상품권. 성남시 제공


다시 지역화폐다. 21대 대선 유력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역화폐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13일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확인된 민주당의 10대 공약에서 이 후보는 ①내수 진작을 위해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규모를 확대하고 ②지역경제 활성화와 균형 발전을 달성하고자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의무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결국 정부 차원에서 지역화폐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앞서 11일 페이스북엔 "농어촌주민수당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하면서 지급 방식은 지역화폐를 언급, 기본소득 공약과의 연계도 시사했다. 그의 지역화폐에 대한 애착이 재확인된 셈이다.

애착의 시작...기본소득과 결합한 성남사랑상품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의 시초가 이 후보가 아니라는 것이다. 1996년 충북 괴산군과 강원 화천군에서 처음 발행됐다는 게 정설이다. 성남사랑상품권도 첫 발행은 2006년이었다. 이 후보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게 2010년 7월인 점을 고려하면 4년이나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존재감 없던 성남사랑상품권이 "기본소득을 일정한 기간 내에 다 소비해야 하는 지역화폐로 준다"는 이 후보의 아이디어와 결합하면서 두각을 드러냈다. 이는 이 후보가 고안한 아이디어다. 성남사랑상품권의 첫해 발행 규모는 20억 원에 그쳤지만, 이 후보의 성남시장 퇴임 다음 해인 2019년 누적 기준 약 2,600억 원까지 확대됐다.

이 후보의 지역화폐 실험은 두 번째 성남시장 재임 때인 2016년부터 본격화했다. 그해 만 24세 청년들에게 연 100만 원의 청년배당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면서 유통이 크게 늘었다. 당시 청년배당 판매액은 249억 원으로 전년 성남사랑상품권 발행액(133억 원)보다 87.2% 증가했고, 상품권 회수율도 99.7%에 달했다. 시중에 풀린 상품권 규모가 1.9배 늘었는데 상당수가 가맹점에서 사용돼 판매처로 회수됐다는 뜻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성남시장이었던 2016년 10월 한 카페에서 청년배당을 성남사랑상품권으로 받은 청년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성남시 제공


가맹점 수도 2019년 약 7,000개로 3년 사이 3배 넘게 증가했다. 전통시장 등에 국한됐던 가맹 업종도 서점, 학원, 카페 등으로 확대됐다. 성남시에서 만큼은 지역화폐가 지역경제 마중물 역할을 했고, 지역경제 선순환을 촉진하는 기능을 했던 것이다. 이 후보는 이후에도 산후조리비, 청소년 배당 등 다른 복지수당도 지역화폐로 지급하면서 '기본소득 지역화폐' 아이디어를 계속 발전시켰다. 아마도 이 후보는 이때 지역화폐와 지역경제의 선순환을 체험한 것 같다. 훗날 이 후보는 "성남시에서 250억 원 정도의 지역화폐 예산을 발행했더니 성남의 망해가던 전통시장이 살아났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의 '지역화폐 철학'이 공고히 되는 순간이다.

지역화폐, 경기도에서 전국으로 확대



이 후보는 자신의 위상이 커진 만큼 지역화폐의 체급도 키웠다. 2018년 경기도지사로 당선된 이후 지역화폐 경험을 경기 전역으로 확대한 것이다. 2019년 4월 경기 31개 시·군 전체에서 '경기지역화폐'를 발행했다. 발행 첫해 규모는 4,961억 원으로 이 중 3,582억 원은 청년기본소득과 산후조리비 등 정책수당으로, 나머지 1,379억 원은 일반 할인판매분으로 구성했다. 경기도가 발행비용과 할인액의 70%를 부담하고, 시·군이 30%를 부담하는 구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기지사 시절이었던 2019년 8월 경기 수원시 남문시장 도넛가게에서 경기지역화폐를 사용하고 있다. 경기도청 제공


지역화폐는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지난해 기준 지역화폐 시행 지자체 수는 약 190곳에 이른다.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 시절 각종 회의와 토론회에서 지역화폐의 전국 확대를 주장하며 "경제의 모세혈관인 지역이 살아나야 국가 경제가 산다"고 역설했다. 문재인 정부도 적극 화답했다. 2018년부터 지역화폐에 대한 재정지원이 시작됐다. 고용위기 지역인 경남 고성군 등 4곳에 정부가 국비 100억 원을 지원한 것을 시작으로 2019년 884억 원, 2020년 6,689억 원, 2021년 1조3,522억 원까지 지원액을 키웠다.

그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이 취임한 2022년 7,050억 원으로 주춤했고, 2023년 3,522억 원, 2024년 2,998억 원으로 계속 쪼그라들었다. 올해는 본예산에서 제외됐지만,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4,000억 원이 겨우 편성됐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회생했다는 평가다.

그래픽 = 이지원 기자


국가가 주도하는 지역화폐로



앞서 이 후보는 중앙정부의 지역화폐 지원 상시화를 바랐다. 지난 20대 대선 때 내세운 핵심 공약인, 전국민에게 월 100만 원의 기본소득 구상이 그랬다. 기본소득을 지원하되 지역화폐로 지급하겠다는 것이었다. △청년기본소득 △문화예술인 기본소득 △농어촌기본소득도 같은 방식이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과 0.73%포인트 차이로 낙선하면서 꿈을 접어야 했다.

예상보다 일찍 치러지는 21대 대선엔 '지역화폐 의무화 방안'으로 변주된다. 그 방향은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한 '지역사랑상품권법 개정법률안'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데, 지역화폐 운영을 위해 국가가 재정·행정적 지원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앞서 중앙정부의 지원 상시화와 궤를 같이한다. 민주당은 이 법률 개정안을 지난해 9월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시켰지만, 당시 윤 대통령은 △지자체의 자치권 침해 △정부의 예산편성권 침해 △지자체 부익부빈익빈 현상 심화 △민생효과 제한적 등의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민주당은 올해 1월 내용을 조금 수정해 재발의한 상황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제3차 골목골목 경청투어로 경북지역 방문에 나선 지난 9일 경북 영천시 영천공설시장을 찾아 한 가게에서 영천사랑상품권으로 말린 고추를 구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 상황과 재정 여건 고려해 이행할 것"



효과성도 논란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재정 부담이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 때 연간 50조 원 규모의 지역화폐를 발행하겠다는 공약을 세웠다. 이번 대선에 대입하면 적어도 올해만 수조 원의 국비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민주당도 재원을 뚜렷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지역화폐는 이 후보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며 "지역화폐로 지역경제가 선순환을 일으키면 소상공인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낼 수 있고 부족한 재정도 보완될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야당 입장에서 정부의 세밀한 재정 상황을 알 수 없어 구체적인 답변은 어렵다"며 "집권 시 경제 상황과 재정 여건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단계적으로 공약을 이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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