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200만~300만원 배상’ 1심 판결 항소심서 뒤집혀
2017년 11월17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양백2리 인근 민가에서 한 주민이 지진 피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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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시민들이 “지진으로 정신적 피해를 보았다”며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한 1심 판단이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1인당 200만~300만원씩 배상하라는 1심 판결은 항소심에서 0원으로 바뀌게 됐다.
대구고법 민사3부(재판장 정용달)는 13일 포항시민들이 2017년 11월15일 지진(규모 5.4)과 2018년 2월11일 지진(규모 4.6)에 대한 국가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심을 뒤집고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포항시와 시민단체들은 “50만 포항시민의 고통과 아픔을 외면했다”며 반발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지진이 국가의 지열발전사업 과제에 영향받아 일어났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도 “관련 기관의 고의나 과실로 지진이 일어났다는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어 국가배상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민사상 손해배상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관련 기관의 과실로 지진이 일어났다는 인과관계가 충분히 증명돼야 하지만, 이 사건은 그렇지 않다는 의미다.
또 “(지열발전) 사업 기관 등이 충분한 조사와 자문을 거쳐 연구부지를 선정했고, 이 과정에서 지진을 촉발할 수 있는 활성단층의 존재를 파악할 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수립한 미소 진동(아주 작은 진동) 관리 방안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 부실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강한 압력으로 물을 주입하거나 계획보다 많은 양의 물을 주입해 지진이 촉발됐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봤다.
앞서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서 2017년 11월 규모 5.4 지진과 2018년 2월 규모 4.6 지진이 정부의 지열발전소 사업 과정에서 일어난 ‘촉발 지진’이라는 정부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포항지역 단체가 시민을 모집해 위자료 청구 소송에 나섰다. 2023년 1심 재판부는 “포항 지진이 2010년부터 벌인 지열발전사업의 인위적 활동이 원인이 돼 발생했다”며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지진을 겪은 시민에게 200만~3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 판결 뒤 지진 당시 포항시 전체 인구의 96%에 이르는 49만9881명이 소송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