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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의 ‘검찰 수사의 재구성’
문재인 전 사위 취업 의혹 사건 ①
문재인 전 대통령이 4월25일 서울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4.27 판문점선언 7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기념식에 참석하기 전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검찰이 자신을 기소한 것에 대해 “검찰이 뭔가 정해진 방향대로 무조건 밀고 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공동취재사진

문재인의 측근들만 겨냥하던 윤석열 사단은 2025년 4월24일 드디어 문재인을 정조준했다. 자신들의 주군이 ‘친위 쿠데타’로 파면된 지 20일 만에 정적 관계에 있던 전직 대통령을 뇌물 혐의로 기소한 것이다. 3년여의 수사 기간 동안 단 한차례의 피의자 조사도 없었고, 관련자 진술도 나오지 않았다. 오로지 파면된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을 나란히 법정에 세우려는 목적의 정치적 기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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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전주지검)의 논리는 단순하다. ‘문재인 정권에서 공직을 맡게 된 한 기업인이 대통령의 사위를 자신이 지분을 갖고 있는 해외 항공사에 취업시켰다. 사위와 딸은 대통령한테서 생활비 보조를 받고 있었다. 사위의 취업을 계기로 대통령은 더 이상 생활비를 주지 않아도 됐다. 따라서 사위가 받은 월급은 장인인 대통령의 금전적 이득으로 봐야 한다.’

사위 돈은 장인 돈이라는 기발한 발상

검찰은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의원이 2018년 3월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으로 임명된 뒤 그 ‘대가’로 자신이 설립한 타이계 저가 항공사 타이이스타젯에 대통령의 사위를 취업시켰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친인척을 관리하는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이 여기에 개입했고, 대통령도 이 사실을 보고받았다는 것이다(문 전 대통령 쪽과 당시 청와대 참모들은 강하게 부인한다). 사위가 1년8개월 동안 받은 월급과 주거비 2억여원은 뇌물이라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사위 돈은 장인 돈’이라는 논리가 성립하려면 사위와 장인을 ‘경제공동체’로 묶어야 한다. 경제공동체는 부부처럼 동거하면서 서로 부양하는 관계다. 한집에 살지 않고 각자 생계를 꾸리는 사위와 장인을 ‘경제적 부부’와 같은 관계로 묶으려면 상당히 높은 허들을 넘어야 한다. 2023년 2월 법원은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 아들이 화천대유로부터 퇴직금과 상여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은 뇌물 수수 사건 1심에서 곽상도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곽 전 수석이 아들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뇌물을 받은 것으로 의심이 드는 사정도 있다”면서도 “결혼해 독립적 생계를 유지한 곽 전 수석의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받은 이익을 곽 전 수석이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하는 것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했다. 아들과 아버지조차 경제공동체로 묶기는 쉽지 않다.

검찰은 애초 사위가 받은 임금을 ‘제3자 뇌물’로 봤다. 장인이 직접 받은 게 아니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제3자 뇌물은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만 입증하면 되는 뇌물죄보다 수사의 난도가 높다. ‘부정한 청탁’까지 추가로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뇌물 혐의로 기소한 것은 역설적으로 ‘이상직 중진공 이사장 임명’과 문재인 사위 취업 사이의 연관성을 입증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사위와 장인을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묶은 것은 일종의 궁여지책인 셈이다.

‘아들은 살려야 하지 않겠나’

이처럼 무리한 기소를 하려니까 수사도 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전주지검은 문재인의 전 사위(2021년 이혼) 서아무개씨와 딸 다혜씨의 주변을 탈탈 털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4년 5월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 보복에 눈이 멀어 인권 유린, 강압 수사, 불법 수사를 일삼는 검찰은 당장 이를 중단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전주지검은 서씨의 주변을 집중적으로 캤다. 서씨의 두 매형을 참고인 조사하겠다며 출석을 요구했다. 심지어 서씨와 함께 일했던 ‘노가다 십장’까지 조사를 시도했다. 이들이 서씨의 타이이스타젯 취업 과정을 제대로 알 리 없었다. 검찰이 찍은 가장 약한 고리는 서씨의 칠순 노모였다. 검찰은 노모가 운영하는 목욕탕까지 찾아가 ‘사돈을 감싸려다 큰일 난다’ ‘아들은 살려야 하지 않겠나’ 등 온갖 험한 말을 했다. 검사와 수사관은 2024년 3월19일부터 열흘 동안 무려 19차례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칠순 노모에게 보냈다. 사실상 스토킹이었다.

문다혜의 계좌에 등장하는 이들도 검찰의 타깃이 됐다. 수백만원 상당의 금융거래를 했다는 이유로 주거지 압수수색을 당하고, 심지어 출국금지까지 됐다. 당시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처에서 일했던 이들은 당연히 압수수색과 계좌 추적 대상이 됐다. 검찰의 강제수사 대상은 수십명에 달했다.

지난 2월24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검사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에 출석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왼쪽부터), 조상원 중앙지검 4차장, 최재훈 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장이 피청구인석에 앉아 있다. 이들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김건희씨를 무혐의 처분한 것과 관련해 탄핵소추됐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기소한 이창수를 전주지검장으로 보낸 까닭

전주지검이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의 고발로 시작된 수사는 문재인 정권을 지나 윤석열 정권 초기까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검찰 캐비닛에 처박혀 있던 수사가 빛을 보게 된 것은 2023년 9월 ‘찐윤’ 이창수 검사가 전주지검장에 부임하면서부터다.

이창수는 전주로 오기 직전 성남지청장을 맡아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성남 에프시(FC) 후원금 수사를 지휘했다. 문재인 정권 말기에 경찰이 한차례 무혐의 처분했다가 고발인(바른미래당)의 이의제기로 재수사에 착수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이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자 경찰도 태도를 확 바꿨다. 성남지청은 2023년 3월 이 대표를 제3자 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성남 에프시 구단주로서 2014년 10월~2016년 9월 두산건설, 네이버 등으로부터 133억원의 후원금을 받은 것을 뇌물로 봤다. 기업에 사업상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받은 후원금이기 때문에 부정한 청탁이라는 게 검찰의 주장이었다. 이창수는 이재명을 기소한 뒤 검사장으로 승진해 문재인 전 사위 사건이 있는 전주지검장으로 임명됐다. 이 인사는 윤석열(대통령)-한동훈(법무부 장관)의 작품이었다.

이 무렵 윤석열 정권은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사건으로 집권 1년 만에 위기를 맞고 있었다. 2023년 7월 초 ‘김건희 일가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이 터졌고, 7월19일에는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이, 8월에는 전북 부안 잼버리 행사 부실·파행 운영으로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특히 채 상병 사건은 윤석열이 직접 개입돼 있어서 수사만 제대로 진행되면 정권에 엄청난 타격을 줄 시한폭탄이었다.

이창수는 전주지검장에 부임하자마자 이스타항공·타이이스타젯 관련자들을 시작으로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2023년 11월부터는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를 압수수색하고 홍종학 전 중기부 장관을 소환하는 등 문재인 정권 인사들을 본격적으로 조준했다. 2024년 1월에는 전 사위 서씨를 3차례 참고인으로 조사했다. 주변 수사를 끝낸 검찰은 6월부터 문재인을 겨누기 시작했다. 문재인 부부의 계좌를 추적하고 문다혜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가 2024년 10월18일 음주운전 사고 관련 조사를 받으러 경찰에 출석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전주지검 “절제하면서도 철저한 수사” 자평

이창수가 물꼬를 튼 수사는 2024년 5월 또 다른 ‘친윤’ 검사인 박영진 전주지검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박영진은 대검 형사1과장 시절 당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휘하던 ‘검·언 유착 사건’(채널A 사건) 수사에 대해 ‘한동훈 기소 목적으로 무리한 법리를 적용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윤석열(검찰총장)에게 제출했다. 윤석열은 이 보고서를 근거로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를 집요하게 방해했었다.

검찰은 서씨와 문다혜를 문재인 기소 직전까지 참고인 신분으로 둔 채 수사를 진행했다. 여기엔 노림수가 있다. 압수수색 영장 사본은 피의자에게만 주고 참고인에겐 주지 않는다. 참고인은 당일 현장에서 영장을 볼 수만 있을 뿐이다. 갑작스레 압수수색을 당한 상황에서 영장을 찬찬히 뜯어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변호사가 현장에 있더라도 마찬가지다. 검찰이 마구잡이로 쓸어가는 게 아닌지 확인하기에도 벅차다. 결국 참고인 상태에선 자신이 무슨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랐는지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

서씨는 2025년 4월4일 윤석열이 헌법재판소 전원일치 결정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직후 피의자로 전환됐다. 문재인이 기소되기 2주 전쯤이었다.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전환하려면 새로운 증거가 나오는 등의 사정 변경이 있어야 한다. 검찰은 서씨를 피의자 신분으로는 단 한차례도 조사하지 않았다. 오로지 문재인을 ‘뇌물사범’으로 재판에 넘기는 것이 수사의 목적이었음을 방증한다. 전주지검은 보도자료에서 “고발 사실 중심으로 적법절차를 준수하며 절제하면서도 철저하게 수사했다”고 자평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지난 4월11일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 후 일주일 만에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비난 내가 받겠다”던 이창수, 김건희 ‘주가 조작’ 무혐의

이재명과 문재인을 법정에 세운 공로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한 이창수는 2024년 10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과 ‘명품백’ 사건에 연루된 김건희를 무혐의 처분했다.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의 ‘소환 조사가 원칙’이라는 지시를 어기고 ‘출장 조사’를 감행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이창수는 이원석이 질책하자, ‘총장님은 가치를 지키시라. 비난은 내가 받겠다’고 했다. 서울고검은 최근 김건희 주가 조작 혐의에 대한 재수사를 결정했다. 이창수가 치러야 할 대가는 비난으로만 끝날 것 같지 않다.

다음 회에 계속 됩니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윤석열이 ‘12·3 내란’으로 탄핵소추돼 헌법재판관 전원일치 결정으로 파면됐습니다.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을 일으킨 혐의로 기소돼 형사재판도 받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윤석열은 국민에게 단 한 마디의 사죄도 하지 않습니다. 반성은커녕 온갖 궤변으로 법치를 조롱하고, 극렬 지지자들에겐 궐기를 촉구합니다. 나라가 어찌 되든 말든 저만 살면 된다는 식입니다. 어떻게 이런 후안무치한 대통령이 나왔을까요. ‘윤석열 부부의 친위대’를 자처한 검찰에 원인이 있지 않을까요. 윤석열 내란의 뿌리를 추적해 봤습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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