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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 중간 유통 개선해 약가 인하
한국은 고가 약품 수출 없어 영향 한계
국내사 바이오시밀러에게 기회일 수도
관세 변수, 가격 인하 연쇄 압박 등 우려도

2025년 5월 12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도널드 J.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인도-파키스탄 간 휴전, 새로운 미중 무역 협정, 고가의 처방약 문제 등에 관한 발언 후 질의응답을 마친 뒤 처방약 가격 인하 조치를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대통령 뒤 왼쪽부터) 마틴 A. 마카리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 제이 바타차르야 국립보건원(NIH) 원장,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메흐메트 오즈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센터(CMMS) 국장. /사진=EPA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내 의약품 가격을 해외 가격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세계 제약·바이오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에 의약품을 수출하는 기업으로선 수익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대미 의약품 수출액이 크지 않아 대부분 기업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에서 의약품을 유통하는 일부 기업들은 유불리 조건을 따지고 있다.

의약품 유통 카르텔 타파가 목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 시각) 제약사들이 미국 내 처방 약 가격을 인하할지, 아니면 정부가 지불할 금액에 새로운 제한을 적용받을지 30일 안에 선택하라는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이 더는 외국의 의료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형 제약사의 폭리와 가격 인상도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약값이 59% 인하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행정명령의 골자는 미국인이 처방 약에 지불하는 가격을 다른 국가들과 동일한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다. 미국 보건복지부는 환자가 제약사로부터 최혜국 가격으로 직접 약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추진할 방침이다. 복지부 장관은 30일 내로 제약사에 미국 환자의 최혜국 가격 목표를 전달한다.

업계는 행정명령의 핵심이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 구조 개혁에 있다고 해석한다. PBM은 미국의 의약품 중간 유통의 핵심이다. PBM은 파트너 보험사의 보험 플랜에 올릴 의약품을 선정하고, 이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받는다. 제약사로부터 받은 리베이트를 보험사, 정부 기관 등에 분배하는 역할도 한다. 이로 인해 기업이 미국에서 의약품을 유통하는 데 드는 비용이 늘어나고, 약값이 다른 국가보다 비싸진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행정명령을 통해 PBM 같은 중간 유통 구조를 개선해 고가 의약품의 약값 인하를 유도하려는 것이다. PBM과 제약사 입장에선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제약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 정책이 실행되면 업계가 향후 10년간 최소 1조 달러(약 1400조 원)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형 제약사들은 이번 행정명령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미국제약협회(PhRMA)는 “정부가 가격에 개입하면 환자들에게 해롭다”고 목소리를 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위)·셀트리온 본사 전경. /각 사

바이오시밀러 처방 확대 기대감
이날 업계에서는 미국과 유럽의 대형 제약사에 비해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미국에 완제 의약품을 수출하는 한국 기업 수 자체가 적은 데다 이번 미 행정명령이 현지 유통 구조와 고가 의약품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주리 한국바이오협회 교류협력본부장도 “약가 인하 정책이 고가의 신약에 미칠 타격이 더 큰 데다 아직 미국에 완제 약을 파는 곳이 많지는 않아 국내사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국소마취제 품목을 수출하는 휴온스 관계자는 “약가 인하 대상 약물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고가 의약품이 주 대상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휴온스의 리도카인 등 국소마취제 품목군은 고가 약에 비해 미국과 유럽 등의 판매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현지 영업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일부 기업은 이번 행정명령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등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사업을 하는 기업들은 미국 정부가 약가 인하를 위해 바이오시밀러 처방량을 높이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셀트리온은 “미국 내 중간 유통 구조가 개선되면 바이오시밀러의 실제 처방 가격이 인하되고 정부·환자가 얻게 될 혜택이 분명해져 유럽과 유사한 수준으로 바이오시밀러 처방 확대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황주리 본부장은 “바이오시밀러는 이미 공보험을 통해 가격이 많이 하향돼 있어 오리지널 신약 중심의 약가 인하가 이뤄지면 바이오시밀러 판매량을 확대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또 “이번에 발표된 행정명령 중 최혜국 약가로 의약품을 공급하기 위해 병행 수입이 활성화될 경우 셀트리온은 기존에 출시하지 않았던 제품을 추가로 선보일 기회도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후속 관세 발표, 약가 책정 지켜봐야
반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바이오시밀러 가격이 오리지널 약가를 참조해 책정되는 만큼 수익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리지널 약가가 떨어지면 복제약도 그만큼 인하될 수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의약품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해 아직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미국이 실질적으로 변화를 이끌어낼 지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미국에서 미국 대형 제약사뿐 아니라 PBM도 로비 파워가 매우 강하다”며 “과연 미국 정부와 의회가 미국의 의약품 유통 구조를 제대로 개혁하고 헬스케어 지출 비용 감소 정책을 지속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미국의 행정명령 이후 정책과 제도 변화들을 계속 모니터링하며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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