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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편마비 후 호전, 안심하면 큰일
뇌졸중 전조 '일과성 허혈 발작' 증상
병원 사각지대, 특수구급차 도입 필요
재활도 발병 후 3개월 집중해야 효과
8일 부산 동아대병원에서 만난 차재관 신경과 교수가 뇌졸중 치료의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해 이동식 집중치료실(구급차) 도입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동아대병원 제공


뇌에 피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1분에 200만 개의 뇌세포가 죽는다. 치료가 15분만 늦어져도 3,000만 개의 뇌세포가 추가로 소멸한단 뜻이다. 지난 8일 부산 동아대병원에서 만난 차재관 신경과 교수(대한뇌졸중학회 부이사장)는 “경우에 따라서는 지팡이를 짚고 걸어 다닐 수 있는 사람이 휠체어를 타고 다니게 되는 정도의 손상”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치료 골든타임’이 중요하지만 대한뇌졸중학회가 인증한 뇌졸중센터가 강원도와 전라도엔 두 곳밖에 없다. 서울‧부산‧대구 등 대도시 위주로 편중돼 있다 보니 오히려 고령자가 많은 지역의 소도시 환자들은 ‘치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차 교수는 “미국‧유럽‧호주, 아시아에선 인도‧태국에서 운영을 시작한 이동식 집중치료실(구급차)을 도입해 지역별 격차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뇌졸중 환자의 발병 추이는 어떻습니까.

“인구수가 줄더라도 고령 인구는 늘어나니 앞으로도 뇌졸중 환자는 계속 증가할 거예요. 수명이 늘면서 발생 연령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는 게 특징입니다. 특히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좁아져 발생하는 허혈성 뇌졸중 발생 빈도가 확대되고 있어요. 환자 100명 중 75명은 허혈성 뇌졸중입니다.”

뇌졸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허혈성 뇌졸중), 터지면서(출혈성 뇌졸중) 뇌에 손상이 생기고, 그로 인해 편측마비와 언어‧의식장애 등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환자의 대다수가 고령층으로, 2018~2022년 환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연령대는 80세 이상(전체 환자 중 26.5%)이었다.

-허혈성 뇌졸중이 증가하는 건 왜 그렇습니까.

“식생활이 서구화하면서 당뇨와 고혈압, 고지혈증 빈도가 상당히 높아지는 게 원인입니다. 고혈압은 혈관을 단단하게 만들고, 당뇨‧고지혈증으로 혈전(혈액이 응고된 덩어리)도 생기기 쉽다 보니 뇌졸중이 발생할 확률이 커집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심장이 불규칙하게 수축하는 심방세동 발생률이 늘어요. 75세 미만에선 심방세동 발생률이 1% 미만이지만 75세를 넘어가면 15%까지 치솟아요. 심방이 정상적으로 수축하지 않고 가늘게 떨고 있기 때문에 심방 안에 피가 고이며 혈전이 잘 생기고, 혈전의 일부가 떨어져 동맥을 타고 나가 뇌혈관을 막아서 뇌졸중이 발생하게 돼요.”

-뇌졸중의 전조증상은 무엇이 있나요.

“가장 중요한 게
일과성 허혈 발작(미니 뇌졸중)
이에요. 팔이나 다리 한쪽에 마비가 온다거나 말을 할 때 발음이 어눌해지는 구음장애가 오는데 보통 10~15분 증세가 나타났다가 풀려요. 사실 이게 굉장히 중요한 전조증상인데 많은 이가 괜찮아졌다고 생각하고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면 미니 뇌졸중이 왔다는 건 혈관이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란 뜻이거든요. 실제로 미니 뇌졸중 이후 보통 24시간 혹은 1주일 이내에 상당히 큰 뇌졸중이 발병하게 됩니다. 따라서 미니 뇌졸중이 왔다면 곧바로 병원에 가야 합니다.”

-뇌졸중 치료의 골든타임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치료받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렸느냐가 매우 중요해요. 치료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뇌졸중 발생 4시간 30분 이내여야 혈전을 녹여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혈전용해술을 해볼 수 있고, 혈전을 제거하는 혈관제거술은 원칙적으론 8시간 이내, 최대 24시간 안에 치료를 시작해야 써볼 수 있어요. 뇌에 혈액공급이 안 되면 1분에 뇌세포가 200만 개씩 죽기 때문에 치료는 빨리 받을수록 좋습니다. 하루가 지나서 병원에 오게 되면 뇌 손상이 이미 심각한 터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습니다.”

-뇌졸중 발생 후 하루가 지나서 병원에 왔다면 어떤 치료를 받을 수 있나요.

“뇌 손상이 커서 혈전을 제거하는 건 의미가 없는 상태라고 볼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혈관을 안정시키는 약물을 쓰거나,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액을 놓는 정도의 보존적 치료밖에 할 게 없습니다. 그렇게 급성기(질병의 진행이 갑작스럽게 악화되는 시기)가 지나면 재활치료를 하는 것 외엔 특별한 방법이 없어요.”

-치료 골든타임이 그만큼 중요한데 지역별 병원 격차가 크다고 들었습니다.

“대한뇌졸중학회에서 필요인력과 치료 장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증하는 인증 뇌졸중센터가 전국에 84곳이 있어요. 서울, 부산 등 대도시 위주로 있고 강원도엔 2곳, 전라도에도 2곳밖에 없습니다. 중공업으로 유명한 거제시가 인구가 23만 명이나 되는데도 치료할 곳이 마땅치 않아 뇌졸중이 발병하면 부산으로 치료를 받으러 와요. 우리나라가 발전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의료 취약지가 여전하단 얘기입니다.”

-지역별 격차를 해소할 방법은 없나요.

“컴퓨터단층촬영(CT)을 탑재한 구급차가 있으면 뇌졸중 의심 환자를 구급차에 태우자마자 CT를 촬영해 인근 병원 의료진에게 전송할 수 있어요.
전송받은 촬영영상을 보고 의료진이 뇌졸중 진단을 내리면 구급대 내 간호사가 혈전 용해제를 구급차 안에서 바로 쓸 수 있어요.
골든타임 내 치료를 받게 될 확률이 엄청 올라가는 거죠. 단지 지역 내 소도시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뇌졸중을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불평등이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에선 이러한 이동식 집중치료실을 운영하고 있어요. 우리도 시범적으로라도 도입해 운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동식 집중치료실은 내부에 이동식 CT와 혈액검사장비 등을 탑재해 뇌졸중 여부를 진단하고 혈전용해제 등 치료를 진행할 수 있는 특수 구급차다.

-뇌졸중 발병 후 재활 시 신경 써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뇌졸중은 치료도 골든타임이 있지만, 재활도 골든타임이 있습니다. 발병 후 3개월 이내에 집중적으로 재활을 해야 해요. 발병 후 1년까지는 재활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통상 3개월의 재활 골든타임이 지나면 재활 효과가 많이 떨어져요. 그래서 이때 재활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는 것을 권장합니다. 퇴원할 땐 휠체어를 타고 병원을 나갔는데 3, 4개월 후 병원에 다시 올 땐 걸어서 오는 분들도 있어요. 그만큼 집중적인 재활치료가 중요합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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