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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연합동아리 회원들이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앞에서 열린 ‘2025 대선, 여성폭력 해결! 나중은 없다!’ 캠페인에서 여성폭력 희생자들을 상징하는 신발을 놓고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다음달 3일 치르는 제21대 대통령 선거에는 ‘여성 후보’가 한 명도 없다. 여성 후보가 아무도 나서지 않으면서 여성 관련 대선 정책·공약 등 ‘여성 의제’가 실종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성계는 “12·3 불법계엄 때 광장에 나섰던 여성들의 요구를 정치권이 외면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대선 후보 등록이 끝나고 선거운동이 시작된 12일 SNS 등에선 남성 일색인 이번 대선 후보 구성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X(엑스·옛 트위터)의 한 누리꾼은 “대선 유권자들의 성비는 거의 ‘50대 50’인데 7명 후보 중 여성이 한 명도 없을 수 있느냐”며 “여성으로서 모욕적”이라고 밝혔다. 다른 누리꾼도 “여성 의제가 없으면 무효표를 던지겠다”고 했다.

여성 의제가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도 나온다. 여성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집회 광장을 주도하면서 ‘사회 대개혁’의 과제로 ‘잇따른 교제 살인 및 여성 폭력에 대한 대책’, ‘안전한 임신 중지를 위한 정책’ 마련과 비동의 강간죄 도입 등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유력 대선 후보들의 주요 공약에선 ‘여성’이라는 단어를 찾기가 어렵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내세우는 등 되려 반여성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주요 정책 중 여성 관련 정책은 출산·육아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유력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지난 대선과는 달리 대선 공약에서 여성을 부각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당 안팎에서 우려가 나온다. 실제 당내에서 제안된 일부 공약에서 ‘성평등’이라는 단어가 ‘평등’으로 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선대위 여성위원회 필승결의대회를 열었던 지난 대선과 달리 여성본부 아래에 ‘2030 여성팀’을 설치하는 방안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나영 ‘성적 권리와 재생산 권리를 위한 센터 셰어’ 대표는 “유력 대선 후보가 여성·성평등 관련 주제를 회피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안전한 임신 중지를 위한 체계도 정부가 의지만 발휘하면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현재 어떠한 후보도 이러한 대안을 명확히 이야기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제기됐던 ‘비동의 강간죄 도입’ 등 일부 공약은 당내 경선 이후 자취를 감췄다. 비동의 강간죄의 골자는 강간의 성립 기준을 가해자의 폭행·협박 여부와 달리, ‘동의하지 않는 성관계를 하는 행위’로 정의하는 것이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관은 “비동의 강간죄는 국민의 안전·건강과 관련된 문제”라며 “비동의 강간죄를 공약으로 제시했던 김동연 경기지사가 대선 경선에서 탈락했다고 해서 이를 폐기할 게 아니라 비동의 강간죄가 우리 사회에서 왜 필요한 것인지를 적극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 후보·의제가 사라진 현 상황이 여전한 ‘여성 차별’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 조사관은 “여성 후보자가 아예 없고 여성 의제가 거의 실종된 대선은 여성의 대표성과 영향력이 극도로 약화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20~30대 여성들 다수가 탄핵 광장에 나왔던 것은 그만큼 민주주의에 대한 갈증이 크다는 것”이라며 “고용 차별, 젠더폭력 등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여성가족부까지 식물 부처가 되면서 아무런 해결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적 정당이라면 이러한 광장의 요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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