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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아셈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공사현장. 임형택 한국경제신문 기자

“내년도 어렵다. 그나마 내후년을 보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불황에 접어든 지 어느덧 3년여가 돼가고 있다. 당장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5월 8일 기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게시된 올해 1분기 건설업 폐업건수는 160건에 달했다. 지난해 동기보다 20% 가까이 늘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에도 잘 버티던 대형 건설사들조차 눈에 띄는 실적 감소를 겪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매출이 버텨줬지만 하반기부터 올해 1분기 들어서는 매출도 본격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쯤 되면 바닥이 언제가 될지에 궁금증이 생긴다.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은 “지금은 저점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지난 3년간 감소한 공사 발주로 인해 당장 매출 증대가 어려운 탓이다. 결국 건설 경기는 여전히 바닥이 아니며 최소 2~3년 뒤에나 회복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톱티어도 못 피한 매출 감소
연초 시공능력평가 58위 신동아건설의 법정관리 소식 이후 올해만 8개 200위권 내 국내 건설사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4월에는 충북 1위 건설사인 대흥건설도 법정관리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경기가 과열된 이후 하락세에 접어드는 사이클은 국내 부동산 시장 역사에서 수차례 반복된 바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국내 건설사들은 자금경색과 미분양뿐 아니라 공사비 급등으로 인해 위기를 겪어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악재가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유진투자증권 대체투자분석팀은 공사비 상승이 과거보다 더 오래 지속됐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과거 건설 공사비 지수 상승은 2007년 말에서 2008년 10월까지 약 10개월 동안 18.2% 상승했다. 그런데 이번 상승기는 2020년 10월부터 2022년 7월까지 21개월간 지속됐으며 상승폭은 24.2%에 달했다.

이로 인해 프로젝트 착공과 함께 매출이 발생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원가 대비 받는 공사비가 낮아지면서 적자를 보는 현장이 늘었다. 미분양이 늘면 그마저도 떼이거나 지불이 미뤄진다. 관급공사 등 일부 선급금이 있는 프로젝트가 아니면 비용이 먼저 투입되는 구조라 건설사 입장에선 운전자본 부담이 점차 심해진다.

자금 여력과 운영 노하우를 갖춘 대형사도 높아지는 원가율 문제를 떨치지는 못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1군 건설사 대부분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성장하는 중에도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매출도 함께 줄고 있다. 업계 1~2위를 달리는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은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조원, 1조원 가까이 줄었다. 대우건설, DL이앤씨, GS건설 등 다른 시공능력평가 상위권 기업들도 같은 기간 매출이 소폭 감소했다.

PF 가뭄에…발주 사라져
현재의 매출 감소는 지난 2~3년간 수주한 전체 프로젝트 규모가 줄면서 발생한 것이다. 공사 원가율이 오르면서 일부 건설사들은 까다롭게 프로젝트를 고르기도 했지만 전반적인 발주 공사 자체가 많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금리인상 직후 PF 위기가 불거졌던 2022년 하반기보다 오히려 지금 더 발주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 아예 빗장을 닫았기 때문이다. 경기도 평택 등 수도권에서도 아파트 미분양이 늘면서 발생한 결과다.

한 시행업계 관계자는 “전에는 서울, 수도권에서 PF가 됐지만 이제 땅이라도 확보하고 있는 재건축 또는 강남에서나 가능하다”며 “그마저도 심사가 까다로워 예전보다 어렵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예전처럼 위기가 더 크게 표면화하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리가 될 곳은 돼야 ‘이제 끝났다’는 심리가 형성되면서 시장이 정상화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의 매출이 반등하기 위해서는 최소 2년여의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다. 공사 수주부터 착공까지 발생하는 기간을 고려한 것이다. 즉 빨라야 내년이 바닥, 내후년 하반기에 회복하는 시기를 만날 수 있다.

더 빠듯해진 계산기
그때까지 버티면서 할 수 있는 최선은 결국 흑자를 내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대형건설사의 매출원가율은 90%를 초과했다. 통상적인 건설 공사 원가율 80%보다 10%포인트(p) 많다.

현대건설과 GS건설은 각각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 손실과 인천 검단신도시 재시공에 따른 손실을 이미 털었다. 금호건설도 원가율이 100%를 넘기며 1818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대형 건설사들은 원가에 비해 낮은 공사비로 계약한 현장이 차례로 준공되고 나면 본격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시기가 내년부터 내후년 사이다. 최근 공사계약은 이미 높아진 시장 기준에 따라 계약한 것이므로 해당 프로젝트 착공이 이뤄지면 본격적으로 실적이 회복될 전망이다.

건설사들 대부분은 이미 공사비가 낮게 책정된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공사비 재협상 등을 통해 원가를 맞추려 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프로젝트가 많으면 한두 군데에서 손실을 봐도 메꿀 수 있는데 그게 아니라면 각 프로젝트당 원가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DL이앤씨는 오는 9월 돈의문 사옥에서 임대료가 저렴한 마곡지구(원그로브)로 본사 사무실을 이전한다. 지주사인 롯데건설도 역사가 깊은 잠원동 사옥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좋은 시기가 올 때까지 원가관리에 신경을 쓰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확보하고 내실을 기할 것”이라며 “내년만 넘기면 2026년에는 시장 분위기가 지금과 많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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