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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대선 D-21,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진단
김성탁 논설위원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1대 대선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국민의힘,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등을 중심으로 치러지고 있다. 최근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판세는 이재명 후보가 선두를 달리고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가 뒤를 잇는 ‘1강 1중 1약’ 구도다. 다음 달 3일 대선까지 판세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변수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이재명 후보와 이준석 후보가 일찌감치 입지를 다졌지만 국민의힘은 대선 후보 선출을 최근에야 마무리했다. 여러 차례 토론하며 후보를 압축해가는 형태였는데, 통상 정당의 대선 경선은 컨벤션 효과를 내기 마련이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는 호남에서 '이인제 대세론'을 꺾는 돌풍을 일으켰었다. 하지만 이번 국민의힘 경선의 경우 김 후보를 최종 대선 후보로 뽑은 뒤 곧바로 한덕수 전 총리와의 단일화 문제가 이슈를 잠식했다. 단일화를 둘러싼 갈등 양상이 부각되면서 경선 컨벤션 효과 자체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제21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2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마련된 대통령선거 종합상황실 전광판에 후보자들의 사진이 게시돼 있다. 뉴스1

단일화 효과 기대 못 하는 국민의힘 내홍 우여곡절 끝에 김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위를 사수했는데, 당원 투표에서 한 전 총리가 선택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김 후보로 단일화가 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대선에서 단일화가 성사되면 지지율 상승으로 연결되는 게 보통이다. 역대 대선에서도 단일화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수백 만 명의 지지자를 흡수해 선거 판세를 바꿀 수 있는 카드로 인식되곤 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갖춰져야 할 조건이 있다.

1997년 대선 때 김대중(DJ) 후보는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와 단일화에 합의했다. 각각 호남과 충청에서 지역 연고를 가진 정치인들이 단일화를 통해 지지 기반을 확대하는 전략이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지지 기반을 가진 후보끼리의 단일화는 결국 대선 승리로 이어졌다. 2002년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 역시 진보와 보수로 성향과 지지 기반이 다른 후보 간의 결합을 추구하는 형태였다. 정 후보의 막판 지지 철회에도 불구하고 노 후보가 승리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무실에서 회동에 앞서 포옹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와 달리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전 총리는 여러 여론조사에서 중첩되는 지지 기반을 보였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연령대에선 60~70대에서, 지역적으로는 대구·경북(TK)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다. 지지 정당과 이념 성향별 조사에서도 국민의힘과 보수 성향으로 유사했다. 합쳐도 시너지가 크지 않은 마당에 친윤계 당 지도부가 갈등을 끌어올렸으니 보수층이나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결집할 명분마저 약해졌다고 볼 수 있다. 한 전 총리는 12일 김 후보가 제안한 선거대책위원장직을 사양했다.
'1강1중1약' 판세속 국민의힘 내홍으로 경선 컨벤션효과 없어
한 전 총리 사라져 사실상 단일화, 김문수 지지기반과 겹쳐
DJP 연합,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때 진보·보수 결합으로 성공
김문수 일일 검색량 이재명 앞서 보수층 지지 올라갈지 주목

여론조사 전문가인 윤희웅 오피니언즈 대표는 “김문수 후보는 현재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 만큼도 다 흡수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비상계엄과 탄핵,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서의 혼선 등으로 상당수 국민의힘 지지층이 지지 의사를 당당히 밝히지 못한 채 무당층으로 옮겨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 후보의 경우 남은 선거 운동 기간에 느슨해진 보수층의 결집부터 이뤄내는 것이 과제인 셈이다.

컨벤션 효과 대신 노이즈 효과 경선에서 기대하는 컨벤션 효과를 누리지 못했지만, 심각한 당내 갈등을 거치면서 김 후보와 관련해선 의외의 현상이 나타났다. 일일 검색량 지표에서 김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제치는 일이 처음 발생한 것이다.

지난 9일 검색량 지표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김 후보의 일일 검색량 지표가 지난 3일, 6일, 8일에 이 후보보다 많은 1위를 기록했다. 대선 정국이 본격화한 이후 보수 후보가 앞선 것은 처음이었다. 정권 교체 여론이 정권 유지보다 훨씬 높은 상황에서 영남과 충청 등을 중심으로 관망하던 보수층이 결집하는 신호인지 이목을 끌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김봉신 메타보이스 부대표는 “국민의힘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난맥상이 드러나고 한 전 총리와 충돌하는 상황에서 김 후보에 대한 동정 여론이 생겼다"며 "그만큼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선명성도 강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 단일화 경선의 흥행 효과 덕분에 지지율이 3% 정도 오르는 편인데, 이번 갈등 과정의 노이즈 효과는 그보다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친윤 지도부와의 대립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분리되는 측면이 있고, 억울하게 당했다는 동정심도 받게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 지도부와 한 전 총리의 압박을 이겨내 존재감을 보인 측면이 있긴 하지만 보수층 전반의 지지를 다 받지 못하는 상황을 해소하거나 중도층의 반응까지 이끌어내는 수준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단일화 과정이 김 후보의 지지율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는 앞으로 나올 지지율 여론조사를 보면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2일 경기 화성시 동탄 센트럴파크 음악분수중앙광장 유세장에서 '세계1위 반도체 강국 도약!'이라고 쓴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지지 발언은 오히려 역효과 윤 전 대통령은 최근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과 관련해 “격렬한 논쟁과 진통이 있었지만 여전히 건강함을 보여줬다”며 지지층 결집을 호소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이 나서는 것은 중도 확장을 막는 측면이 있어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윤 대표는 “대선은 앞으로 대한민국을 누가 잘 이끌지를 선택하는 미래지향적 투표라고들 했었는데, 최근 대선을 보면 총선처럼 그 당시의 직전 정권에 대한 평가로 흐르는 특성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 경향이 강한데도 윤 전 대통령이 메시지를 내고 중요한 시기에 미디어에 얼굴을 비치면 그런 프레임이 계속 유지되면서 국민의힘으로서는 떨쳐 내기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대선이 20일가량 남은 시점에서 이재명 후보가 대세론을 유지하고 있다는 데에는 전문가들의 이견이 없었다. 앞으로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는 변수로는 이준석 후보가 김 후보와 단일화를 하는 경우가 꼽혔다.

김 부대표는 “김 후보가 ‘반 이재명 빅 텐트’를 얘기하고 있는데 완주 의사를 밝히고 있는 이준석 후보가 김 후보와 합친다면 그 효과는 매우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준석 후보의 경우 한 전 총리와 달리 김 후보와 완전히 다른 지지층을 갖고 있다. 또한 각종 지지율 조사에서 5~10% 안팎의 독자 지지 세력을 확보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가 크게 나면서 이재명 후보와의 격차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준석 후보는 20~30대 남성의 지지를 많이 받는 것으로 돼 있지만, 선거를 한 주 정도 앞두고 막판에 결정하는 부동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서울 연세대학교 캠퍼스 학생회관에서 학생들과 점심을 먹고 있다. 연합뉴스
독자적 지지세력 가진 이준석 하지만 계엄 반대와 탄핵 찬성 입장을 보였던 이 후보가 같은 입장을 갖지 않았던 김 후보나 국민의힘과 결합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부대표는 "이재명 대표 역시 이준석 후보와 손을 잡지 말란 법이 없다"고 말했다. 2022년 대선 때 민주당이 진보 진영 간 단일 후보 체제를 만들지 못해 패배한 측면도 있기 때문에 이준석 후보를 향한 노력이 진행될 수 있다는 얘기다.

윤 대표는 “이번 대선이 현재 양자 대결 구도가 아니기 때문에 1위를 달리는 이 후보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역대 어느 대선보다도 이번이 결과에 영향을 줄 만한 변수가 별로 없는 선거”라고 진단했다. 그래서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으로 김 후보와 이준석 후보 간 단일화로 양자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이 꼽힌다는 설명이다.

역대 대선 후보 단일화의 조건을 보면 혼자 1위 후보를 이기기는 어렵지만 2~3위가 손을 잡으면 승리 가능성이 있을 때 성사되곤 했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당시 두 사람이 손을 잡으면 이회창 후보를 앞설 수 있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던 것이 원동력이 됐었다.

윤 대표는 “아직까지는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가 단일화를 하더라도 이재명 후보와의 경쟁 구도가 만들어진다고 전망해 볼 수 있는 지표가 나온 것은 없고, 이준석 후보의 완주 의지도 강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단일화는 최종 후보가 자신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가 있어야 성사되는데, 남은 짧은 기간 안에 쉬워 보이진 않는다”며 “굳이 대선의 변수를 꼽자면 단일화 여부인데,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효과가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준석 후보는 12일 "대선은 개혁신당과 민주당의 한판 승부처가 될 것"이라며 "단일화는 결코 불가능하고, 국민의힘과 손 잡는 순간 과반 득표율을 얻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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