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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해경대원들이 오성홍기를 들고 남중국해의 샌디케이 암초(중국명 톄셴자오) 위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중국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최근 남중국해의 모래톱 위에서 난데없는 ‘셀카 경쟁’이 벌어졌다. 영유권 분쟁이 한창인 남중국해의 샌디케이 암초(중국명 톄셴자오) 위에서 해경대원들이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들고 있는 사진을 공개해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이 이를 지난달 27일 보도했다. 바로 다음날 필리핀군은 샌디케이 암초와 인근의 두 군데 모래톱에 해군, 해안경비대, 해경을 보내 필리핀 국기를 게양했다고 맞섰다.

샌디케이는 200㎡가 조금 넘는 암초지만, 지정학적 의미는 큰 곳이다. 유엔 해양법 협약에 따르면 암초를 관할하는 나라가 주변을 영해로 주장할 수 있어, 남중국해 한복판의 작은 모래톱에도 관할권을 두고 갈등이 치열한 것이다. 이를 두고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미국외교협회는 “중국이 스프래틀리제도 샌디케이에 대해 ‘해상 통제권을 행사하고 주권 관할권을 행사했다’고 주장하며 10년 만에 남중국해에서 공식적으로 영유권을 선언했다”고 의미 부여했다.

필리핀 경찰이 남중국해 모래톱에서 똑같은 자세로 국기를 들고 사진을 찍은 모습. 필리핀 정부

최근 필리핀 정부는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에 대한 군사·안보 면에서의 대응을 강화하고 있으며, 필리핀 내 반중 정서도 확산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무역 전쟁이 한창이었던 지난달 중순 베트남·말레이시아·캄보디아 동남아시아 3개국 순방을 했지만 필리핀은 찾지 않았다. 미국과의 무역 전쟁으로 주변국과의 관계 복원, 강화를 위해 나서고 있지만, 필리핀은 예외다. 남중국해에서 벌어지는 국지적인 물리적 충돌과 도발 등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는 모양새다.

필리핀군이 정권에 상관없이 남중국해 분쟁에 적극 대응할 채비를 하면서, 이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과 분쟁의 가능성이 앞으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남중국해에서 벌어진 중국과 필리핀 간의 해상 충돌은 최근 몇 년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퀸시연구소가 지난 2월 공개한 보고서를 보면, 심각한 수준의 중국-필리핀 해상 적대행위는 2021년 1차례였다가, 2023년 6차례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모두 16차례의 적대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충돌 지점도 넓어지고 있다. 해당 보고서 작성자인 사랑 시도레는 “2024년 들어 세컨드토머스 암초와 스카버러 암초 외의 지역도 충돌 장소가 되었고, 이는 분쟁의 지리적 범위가 확대되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중국-필리핀 간 충돌의 확산은 2025년 들어 더욱 심화하고 있다. 지난 5일에도 중국 해군 호위함, 해경선과 필리핀 해군 간의 충돌 위험 상황이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2월에는 해상이 아닌 공중에서 충돌 위험이 감지됐고, 갈등은 자원 탐사 영역으로까지 번졌다. 올해 2월 중순 스카버러 암초 위에서 중국 해군 헬리콥터와 필리핀 순찰기가 수십미터 이내까지 접근해 대치하는 상황이 30여분간 이어졌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같은 달 필리핀 외교부는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기업의 자원 탐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3월 초 필리핀 당국은 세컨드토머스 암초 인근에서 필리핀 보급선에 대한 중국 해경의 물대포 공격으로 선원 4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중국-필리핀 간 분쟁 추세를 두고 데릭 그로스먼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남중국해에서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대만해협이나 한반도보다 높아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남중국해에서 벌어지는 두 나라의 영유권 분쟁 정도는 역대 필리핀 정권에 따라 변화해 왔다. 베니그노 아키노 3세 대통령 정권 때인 2013년 필리핀은 국제중재재판소에 중국의 남해구단선 내 관할권 주장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취지의 소를 제기하며 대립했다. 2016년 국제중재재판소가 필리핀 주장을 대거 수용했으나 같은 해 출범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정부는 친중국 노선을 걸었고, 양국 갈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2022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정권이 탄생한 뒤 양국 갈등은 격화된다. 마르코스 정부는 미국 및 일본과 밀착하며 중국 견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마르코스 정권은 반중 정서를 선거에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필리핀 정권이 바뀐다 해도 남중국해에서 중국에 맞대응해 공세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필리핀이 남중국해 영유권 보호에 대한 장기 전략 초안을 마련하고 있고, 이는 마르코스 대통령의 임기를 넘어서도 이 지역에서 공세적인 입장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보도했다. 정권에 따라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하는 필리핀이 보다 일관된 남중국해 정책을 펼칠 구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두아르도 아뇨 필리핀 국가안보보좌관은 한 포럼에 나와 이런 움직임이 “중국의 근거 없고 과도하며 확장적인 영토 주장, 군사화, 그리고 이웃 국가들과의 대립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이라고 말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전했다. 아뇨 보좌관은 “필리핀은 남중국해의 어려움이 당분간 해소될 가능성이 작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지정학적, 지경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세계 안보 역학이 변화하는 가운데, 이 지역의 잠재적 분쟁 지역들이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최근 필리핀이 군사력을 보강하고, 미국과 더욱 밀접한 군사 협력에 나서는 데서도 감지된다. 필리핀은 올해 3월 미국에서 F-16 전투기 20대와 관련 장비를 구매할 계획을 밝혔고, 미국 국무부는 4월 초 이를 승인했다고 알려졌다. 지난달 21일부터 5월5일까지 미군과 진행한 연례 군사 합동훈련에서는 미군의 최신 대함 미사일 시스템 ‘해군·해병대 원정 선박 차단 체계’(NMESIS·네메시스)가 배치되기도 했다. 이 시스템은 6월 중 미·일·필이 참여하는 해상 보안 합동훈련 ‘카만닥’ 실시 때까지 필리핀에 배치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국에 미국과 그 동맹국이 운영하는 미사일 시스템에 강하게 반발하는 중국은 필리핀에 거세게 항의했다. 발리카탄이 진행 중이던 지난달 29일 중국 외교부는 주중 필리핀 대사를 불러 “필리핀이 안보 분야 등에서 최근 일련의 부정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지난 1월 들어선 뒤 중국은 무역·관세 전쟁 대응에 집중해야 하는 처지다. 주요 전장이 아닌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격화는 피해야 하기에 중국의 대응은 제한적일 수 있다. 이 때문에 남중국해에서 분쟁은 중국과 필리핀이라는 상수가 아닌 미국이라는 ‘변수’가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첫 해외 순방지로 필리핀을 택했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딩둬 중국남해(남중국해)연구원 지역국별연구소장이 “미국이 중국을 둘러싼 해양 문제에 개입하기 위한 핵심 도구로 필리핀·일본과의 동맹을 활용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필리핀을 동맹 블록의 전진기지로 삼으려는 접근이 중국의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퀸시연구소 사랑 시도레 연구원은 “남중국해 등에서 충돌 빈도가 높아졌지만, 양국 모두 총기를 사용하지 않았고,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를 군사적 위기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특히 2024년 7월 필리핀과 중국이 체결한 보급 관련 합의를 갈등을 관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았다. 더불어 미국은 필리핀이 대만해협 문제와 연동되어 중국과의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해야 하고, 불필요한 군사기지 확장은 갈등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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