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2일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에서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6·3 대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연평해전 전사자 묘역 등을 참배했으나 고 해병대 채 상병 묘역은 찾지 않았다. 김 후보가 기자들의 채 상병 관련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도 포착됐다. 정치권 일각에선 안보와 보훈을 중시해야 하는 보수 진영 대선 후보로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 후보는 이날 오후 국립대전현충원 현충탑에 참배한 뒤 연평해전 전사자와 천안함 전사자의 묘역을 차례로 찾았다. 그러나 그는 연평해전 전사자 묘역 근처에 안장된 채 상병 묘역에는 가지 않았다. 채 상병은 윤석열 정부 때인 2023년 경북 예천군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다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다.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과정에서 외압 의혹도 불거져 수사가 진행 중이다.
김 후보는 참배를 마친 뒤 기자들이 ‘왜 채 상병 묘역은 참배하지 않았냐’고 질문하자 질문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내정한 김용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에게 “어디 묘지? 채 상병 묘역? 연평해전 (묘역) 옆에?”라고 물었다.
김 후보는 후보 대변인이 질문 내용을 설명하자 “오늘 다 다닐 수가 없다”며 “서해 수호나 국토 수호를 위해 직접 순국하신 그런 대표적인 몇 분만 참배했다. 그냥 지나친 죄송스러운 분들이 많이 계시는데 다 참배 못해서 죄송하다. 현충탑 자체에서 대표 참배한 것으로 갈음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가 자리를 떠난 뒤 김 선대위원장은 김 후보 대신 채 상병 묘역에 참배했다. 이후 김 위원장은 “채 상병이 사고를 당한 지 2년 정도 돼가고 있다. 사고 원인은 밝혀졌지만, 아직도 그간의 수사 외압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며 “과거 윤석열 정부에서 있던 일을 사과드리고 앞으로 국민의힘이 수사 외압을 밝힐 수 있게 노력하겠다. 죄송하다”고 입장을 냈다.
이기인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김 후보와 김 위원장을 겨냥해 “채 상병 묘역을 눈앞에 두고도 모르는 후보, 연평해전 옆이라고 뒷말하는 비대위원장”이라며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당신들이 왜 보수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인식으로 안보를 말하고, 이런 태도로 국방을 논한다면 차라리 보수란 이름을 내려놓으십시오”라고 적었다. 그는 “보수는 안보 의식에서 시작된다”며 “하지만 지금 국민의힘에선 억울하게 희생된 병사의 묘역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무지가, 그리고 그 무지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오만이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건 결코 보수가 아니다. 기억하지 못하면 책임질 자격도 없다”며 “사라지십시오. 저희가 당신들을 대체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