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혈중 펩시노겐2 ↑
헬리코박터균 감염 땐 암 발생 증가”
헬리코박터균 감염 땐 암 발생 증가”
덩어리 형태의 장형 위암(왼쪽)과 점막을 따라 퍼지듯 분포해 조기 발견이 어렵고 예후도 좋지 않은 미만형 위암.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2000년대 초 국가암검진 제도가 전 국민 대상으로 확대된 이래, 많은 사람들이 조기에 위암을 찾아내 치료받을 수 있게 됐고 전반적인 치료 성적이 향상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위암 검진의 ‘사각지대’로 지목되는 연령대가 있다. 바로 40세 미만의 젊은 층이다. 현행 국가위암검진은 만 4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이보다 낮은 연령대는 일찍 발견할 기회를 놓치기 십상이다.
이들 중 특히 젊은 여성에게 빈발하는 ‘미만형 위암’은 위 점막을 따라 넓게 퍼지듯 진행돼 내시경 검사로도 찾기가 어렵다. 진단받더라도 예후가 좋지 않다. 40세 미만 여성의 경우 위암 조기 발견에 틈새가 존재하고 기존 내시경 검사의 한계까지 겹쳐 고위험 위암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셈이다. 이에 간편하면서도 정확하게 위암 고위험군을 가려낼 새 검사법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국내 의료진이 혈액 검사로 측정하는 ‘펩시노겐2’ 수치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력을 동시에 확인하는 방법으로 ‘젊은 미만형 위암’의 조기 진단 길을 열었다. 펩시노겐2는 위 점막에서 분비되는 단백질로, 위에서 염증이나 이상이 생기면 수치가 올라간다. 헬리코박터균은 위 점막에 서식하는 세균으로 위암, 위염 등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임선희 교수 연구팀은 2003~2022년 건강검진을 받은 2만3000여명을 대상으로 위 내시경과 혈액검사 결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혈중 펩시노겐2 수치가 기준치(21ng/㎖) 이상이고 헬리코박터균에 걸렸거나 과거 감염된 적 있으면 미만형 위암 발생 위험이 뚜렷하게 증가하는 경향을 확인했다. 이런 양상은 특히 40세 미만 여성에서 두드러지게 관찰됐는데, 이때 미만형 위암의 위험은 일반인보다 최대 25.8배까지 높아졌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위축성 위염(위암의 전 단계)이나 장형 위암(일반적인 덩어리 위암)을 중심으로 활용되던 펩시노겐 검사가 미만형 위암, 특히 건강검진 사각지대인 40세 미만에서 유의한 예측력을 가진다는 것을 대규모 한국인 데이터를 통해 처음 규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헬리코박터균 감염력과 조합해 예측의 정확도를 더 끌어올리면 임상 현장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펩시노겐2 검사와 헬리코박터균 항체 검사를 기반으로 한 정밀검진 전략 도입에 근거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김나영 교수는 12일 “모든 사람에게 위 내시경 검사를 주기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혈액 검사로 고위험군을 선별한 뒤 선택적으로 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하면 검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어 “특히 미만형 위암이 흔한 40세 미만 여성과 같이 현행 국가암검진 시스템에서 놓치기 쉬운 대상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암(Cancers)’ 최신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