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여건 급격히 악화” 진단
생산·소비 등 경기 하방 추세
향후 美관세 정책 등에 좌우
생산·소비 등 경기 하방 추세
향후 美관세 정책 등에 좌우
연합뉴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처음으로 한국 경제의 ‘경기 둔화’를 공식 언급했다. KDI는 12일 발간한 ‘경제동향 5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외 여건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경기 둔화를 시사하는 지표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KDI가 매달 공개하는 경제동향에서 ‘경기 둔화’ 표현이 등장한 건 고금리·고물가에 반도체 한파를 겪던 2023년 2월 이후 2년3개월 만이다. 장기간 지속된 내수·건설업 부진과 미국발(發) 관세 타격이 현실화하며 한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는 해석이다.
KDI는 “건설업 부진이 내수 회복을 제약하는 가운데 통상 여건 악화로 수출도 둔화되는 모습”이라며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이 대폭 하향 조정됐으며,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도 확대되며 대내외 경제심리가 위축됐다”고 진단했다.
최근 경기 지표는 생산과 소비 등 경기 하방 추세를 잇달아 가리키고 있다. 지난달 전년 대비 수출 증가율은 3.7%로 전월(3.0%)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조업 일수 영향을 배제한 일평균 기준으로는 전월(5.3%)보다 낮은 -0.6%를 기록하며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미국의 관세 부과로 전체 대미 수출(-10.6%)을 비롯해 대미 자동차(-20.7%)·철강(-11.6%) 수출이 급감했다. KDI는 “미국 관세 인상 영향이 수출에 점차 반영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내수와 건설업 부진도 여전하다.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로 판매가 증가한 승용차(10.0%)를 제외하면 지난 3월 전체 소매판매는 0.5% 증가에 그쳤다. 민간 소비와 밀접한 숙박·음식점업(-3.7%), 교육서비스업(-1.3%), 예술·스포츠·여가서비스업(-0.7%) 등의 생산도 감소세가 이어졌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93.8로 전월보다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기준치(100)를 밑도는 상황이다.
건설업 생산을 나타내는 건설기성도 지난 2월(-20.2%)에 이어 3월(-14.7%)도 두 자릿수 감소세를 나타냈다. 1분기 기준 건설투자도 -12.2%를 기록하며 지난해 3분기(-5.7%)와 4분기(-6.6%)에 이어 하락 폭을 키웠다.
향후 경기 둔화의 강도와 여파는 미국 관세 정책 등 대외 여건에 좌우될 것이란 관측이다. KDI는 “통상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높게 유지되며 기업 심리가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며 “글로벌 경기 둔화로 향후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