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더불어민주당이 6·3 대선을 앞두고 조희대 대법원장을 겨냥해 파상 공세를 펴고 있다.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민주당 주도로 ‘조 대법원장 등 사법부의 대선 개입 의혹 진상 규명 청문회’가 열린다.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신속하게 심리·선고해 2심의 무죄 판결을 뒤집고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내림으로써 사실상 대선에 개입한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조희대 특별검사법’ 발의도 추진하고 있으며 일부 의원들은 조 대법원장 탄핵 추진 방안도 거론하고 있다. 조국혁신당도 11일 조 대법원장과 대법관 9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공개했다.
민주당이 사상 초유의 대법원장 청문회를 열어 조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모두를 증인으로 부른 것은 사법부에 대한 겁박이다. 일단 조 대법원장과 대법관 전원은 청문회에 불출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도 국회의원들이 자신들과 관련된 특정 재판을 담당한 판사를 불러 선고 내용에 대해 따지려 한 시도 자체가 헌법이 보장한 법관의 독립성 침해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서울고법이 파기환송된 이 후보 재판을 심리 중인 가운데 대법원장이 관련 입장을 밝힐 경우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런 가운데 26일 ‘이재명 파기환송’을 의제로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 임시회의는 사법부의 정치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 후보가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 중 일부”라며 법관회의 개최를 두둔한 것도 적절하지 않다.
공교롭게도 대법원에 대한 민주당의 공세 이후 이 후보 관련 재판들이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3부는 12일 이 후보의 위증교사 혐의 사건 2심 재판 기일을 20일에서 ‘추후 지정’으로 변경했다. 대장동 사건은 6월 24일로, 선거법 파기환송심 재판은 6월 18일로 늦춰졌다. 만약 법원이 민주당의 압박에 부담을 느껴 그런 결정을 했다면 ‘법 앞에 만인이 평등’이라는 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압도적 다수당이 사법부까지 압박하면서 삼권분립을 흔들면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등의 헌법가치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