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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을 방문해 시장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6·3 대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가짜 진보를 확 찢어버리고 싶다”는 극언과 “나와 내 측근은 단 한 사람도 수사받은 사람이 없다”는 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네거티브를 쏟아내며 보수·극우 성향 유권자 결집에 초점을 맞췄다. 당 지도부의 후보 강제 교체 시도 과정에서 분열한 지지층을 다독이려는 의도로 볼 수 있지만, 비상계엄이나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반성하거나 사과할 뜻이 없다는 점을 거듭 드러내면서 당 안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이날 당에선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를 두고 엇갈린 입장을 노출하는 등 하루 종일 통일된 메시지를 내놓지 못한 채 어수선한 모습을 보였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북한은) 쥐를 잡아먹어야 하고 쓰레기를 먹어야 하고 산에서 나무껍질을 벗겨 먹는다”며 “자유가 풍요를 가져온다. (한국) 시장에 가면 버리는 것까지도 북한 꽃제비(북한 빈민)가 오면 배불리 먹을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등을 겨냥해 “(국민을) 가난하게 하는 게 진보냐. 김정은만 자유롭고 국민을 억압하는 게 진보냐”며 “가짜 진보를 확 찢어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자유통일이라고 해야지, 공산통일이 되면 안 되지 않냐” “(북한의) 우리 동포를 구원해야 한다”는 등 극우 쪽 논리도 설파했다.

선대위 첫 회의에서 ‘북한 주민을 구하자’고 한 김 후보의 발언을 두고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평소에도 김 후보가 북한 인권에 관심이 많다”며 “사전에 기획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서울-대전-대구로 이어진 ‘하향선 유세’에서도 지지층을 염두에 둔 발언을 쏟아냈다. 이날 새벽 5시 첫 선거운동을 시작한 서울 가락시장에서 김 후보는 “제가 꿈꾸는 건 훌륭한 인재와 세력을 통합하는 것”이라며 “여야가 하나 되고, 남북이 자유통일되는 날까지 제 꿈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방문한 대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김 후보는 현충탑에 참배하고, 방명록에 ‘위대한 대한민국’이라고 적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본떠, 경선 내내 “대한민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쳤던 것의 연장선이다. 김 후보는 한필순 전 원자력연구소장과 최형섭 전 과학기술처 장관, 연평해전 전사자와 천안함 전사자 묘역도 차례로 참배했다. 하지만 연평해전 전사자와 함께 안장된 해병대 채 상병 묘에는 참배하지 않았다. 그는 “서해 수호나 국토 수호를 위해 직접 순국하신 그런 대표적인 몇분만 참배했다. 나머지를 다 참배할 수는 (없다)”고 했다.

김 후보의 이런 태도는 “국민께서 놀라실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의 공언과는 정반대다. 김 내정자는 김 후보가 현충원을 떠난 뒤 혼자 채 상병 묘역에 참배하고 “윤석열 정부에서 있던 일을 사과드리고 앞으로 국민의힘이 수사 외압을 밝힐 수 있게 노력하겠다. 죄송하다”는 메시지를 내는 등 김 후보의 발언과 행보를 대신 수습했다.

김 내정자는 이날 ‘계엄과 탄핵에 대해 사과와 반성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김 후보는 “그 부분은 앞으로 잘 논의해서 입장을 발표하겠다”며 언급을 피했다. 다만 김 후보는 이날 저녁 채널에이(A)와 한 인터뷰에서 “진심으로 계엄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께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하루 계엄 사과와 관련된 질문을 세 차례나 받고 나온 이런 답변을 두고, 김 후보가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처음으로 사과를 했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선대위 관계자는 곧장 “계엄 자체보다는 (계엄 이후 초래된) 국민 불편에 사과의 방점이 있다”고 바로잡았다. 이 관계자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만큼 이 문제에 대해 정리하고 대통합을 위해 나아가야 하지 않겠냐”면서도 “첫 사과라고 표현하는 건 양날의 검”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탄핵 반대 지지층과 중도층 사이에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날 마지막 일정인 대구 서문시장 유세에서 김 후보는 “민주당에서 (대선) 나온 사람이 경북 안동 사람이라는데 전 영천에서 태어났다”며 “둘다 경북에서 태어났는데, 전 거짓말 못하고 꽉 막힌 사람이다. 그런데 한 사람(이재명 후보)은 검사 사칭하고, 총각이라고 사칭하고 아주 거짓말 도사”라고 이 후보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선대위 관계자는 “한덕수 전 총리와 단일화 과정에서 핵심 지지층이 반반으로 갈리면서 상처가 컸기 때문에 대구·경북을 하나로 묶는 게 시급하다”며 “앞으로도 대구·경북 일정을 많이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운동의 중심이 지지층 결집에 있다는 얘기다.

한편, 김 후보는 이날 대전시당에서 열린 충청권 선대위 발대식에서 “세종시에 국회의사당을 옮기고, 대통령 (제2) 집무실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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