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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2천년 역사상 첫 미국 출신 교황, 첫 인사로 "굿모닝"

전 세계 언론인과 첫 인사…투옥된 언론인 석방 촉구하자 힘찬 박수


새 교황 레오 14세 입장 순간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레오 14세 교황이 12일(현지시간) 바티칸 바오로 6세 홀에 입장하자 기자회견에 참석한 전 세계 언론인들이 휴대전화로 그 장면을 찍고 있다. 2025.05.12 [email protected]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부온조르노(Buongiorno), 굿모닝(Good morning)."

새 교황 레오 14세가 12일 오전 11시(현지시간) 바티칸 바오로 6세 홀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오자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착석한 이후에도 열광적인 박수갈채가 끊이지 않자 레오 14세 교황은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모아 감사를 표했고, 손을 흔들었다.

지난 8일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가 전 세계 언론과 처음으로 인사한 순간이었다. 한국 언론사로는 유일하게 바티칸 시국에 특파원을 둔 연합뉴스도 새 교황의 첫 기자회견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가톨릭 2천년 역사상 최초의 미국 출신 교황인 그는 이탈리아어 아침 인사와 영어 아침 인사를 섞어서 말문을 열었다.

그러고는 유머를 곁들였다. 그는 "환대해줘서 감사하다"며 "만약 여러분이 마지막까지 깨어 있고 손뼉을 친다면 그 박수는 제가 입장할 때 받았던 것보다 더 귀하게 여길 겁니다"라고 말했다. 기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퍼졌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후 바티칸 시국의 공용어인 이탈리아어로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그는 전 세계에서 모인 언론인들에게 '말과 이미지의 전쟁'을 거부하자고 호소했다. 진실을 찾다가 투옥된 기자들에 대한 교회의 연대를 밝히며 그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이 대목에서 바오로 6세 홀에는 다시금 힘찬 박수가 울려 퍼졌다.

새 교황 레오 14세 첫 기자회견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새 교황 레오 14세가 12일(현지시간) 바오로 6세 홀에서 전 세계 언론인들을 상대로 첫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5.05.12 [email protected]


레오 14세 교황은 연설을 마무리하면서 전임 교황 프란치스코의 말을 인용했다.

그는 "우리는 모든 편견과 분노, 광신, 심지어 증오로부터 소통을 비무장시켜야 한다"며 "소통을 공격성에서 해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크고 강압적인 소통이 아니라, 경청할 수 있고,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약자의 목소리를 모을 수 있는 소통이 필요하다"며 "말을 비무장시킴으로써 우리는 세상을 비무장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레오 14세 교황이 이탈리아어로 연설할 때 바오로 6세 홀 상단의 양쪽에 배치된 삼성전자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영어 자막이 흘러나왔다.

전 세계 언론인들은 레오 14세 교황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끝날 때마다 아낌없는 박수로 화답했다.

연설을 마친 레오 14세 교황은 무대 아래로 내려와 앞줄의 귀빈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누군가는 교황의 손등에 입을 맞추고, 누군가는 귓속말을 속삭였고, 누군가는 편지를 건넸다. 미국프로야구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열혈 팬으로 알려진 교황에게 야구공 사인을 요청한 이도 있었다.

새 교황 기자회견 종료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12일(현지시간) 바티칸 바오로 6세 홀에서 열린 새 교황 레오 14세의 첫 기자회견이 끝난 뒤 전 세계 언론인들이 퇴장하고 있다. 2025.05.12 [email protected]


모두가 짧게 허락된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레오 14세 교황의 반응도 인상적이었다. 그는 차분하게, 그리고 서두르지 않고 이들의 간곡한 말을 경청했고, 짧게라도 답을 했다.

다만 누군가 휴대전화를 꺼내 교황과 셀카를 시도하자, 홀 안에는 야유가 터졌다. 교황은 고개를 저으며 자리를 이동했다. 교황은 휠체어에 앉은 여성에게는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을 내렸고, 목도리를 선물로 건네받자 따뜻하게 감사를 전했다.

그렇게 귀빈들과의 인사를 마친 레오 14세 교황은 중앙 통로를 통해 홀을 빠져나갔다.

그가 지나가는 길목에는 기자들이 조금이라도 가까이 보기 위해 몰려들었지만, 큰 소란은 없었다. 열광과 존경이 묘하게 뒤섞인 공기 속에서 그는 마지막까지 미소를 보이며 손을 흔들고 퇴장했다.

이날 바오로 6세 홀은 더 이상 기자회견장이 아니었다.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다만 이탈리아 언론인 노베르토 가이타노는 그런 열기에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는 교황의 팬클럽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교황이라는 한 개인에게 열광하는 게 아니다. 그가 누구냐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바로 성 베드로의 후계자, 즉 교황이라는 자리 자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교황이 레오 14세라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바로 성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티칸 바오로 6세 홀은 교황이 매주 수요 일반알현을 통해 일반 신자들과 만나는 곳이다. 좌석 기준으로는 약 6천3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언론인들이 거의 빈 자리 없이 좌석을 가득 채웠다.

새 교황 기자회견 열린 바오로 6세 홀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12일(현지시간) 바티칸 바오로 6세 홀에서 진행된 새 교황 레오 14세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전 세계 언론인들이 홀 앞에 모여 있다. 2025.05.12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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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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