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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열풍이 한풀 꺾인 요즘, MZ세대는 또 다른 ‘유형 테스트’에 열광하고 있다. 이번엔 성격이 아니라 호르몬이다. ‘테토-에겐 이론’은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과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의 이름을 빌려 사람들의 성향을 구분한다. 과학적 근거는 무관하게 “경쟁적이고 주도적인가”(테토), “섬세하고 조화 지향적인가”(에겐)처럼 스스로를 진단해보는 놀이로 소비되고 있다. 스스로 사회적 틀을 거부해온 세대가 또 다른 프레임 안에서 정체성을 가공하고 소비하는 모습이다.

테토-에겐 테스트는 MBTI 테스트처럼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헬스나 축구 같은 활동적인 취미를 즐긴다’, ‘연애할 때 내가 먼저 고백하거나 관계를 주도한다’, ‘메일이나 메시지를 보낼 때 말투를 부드럽게 다듬는다’ 같은 질문에 답하면서 유형이 나뉜다. 경쟁심이 강하고 자기주장이 뚜렷하면 ‘테토형’, 감정이입이 뛰어나고 조화를 중시하면 ‘에겐형’으로 분류된다.




테토-에겐 이론은 2021년 네이버 블로거 ‘수성일기’가 게시한 글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후 인스타툰 작가 ‘내쪼’가 이를 웹툰 형식으로 재구성해 대중적으로 확산됐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에겐 테토 테스트' 키워드 검색량은 4월 24일 65를 기록한 뒤 가파르게 상승해 5월 3일 최고점인 100을 찍었다. 구글 트렌드는 검색량이 가장 많았던 시점을 100으로 기준으로 상대적 검색량을 보여준다. 검색량이 너무 적으면 0으로 표시된다. ‘에겐 테토 테스트’는 4월 30일부터 근소한 차이로 ‘MBTI 테스트’를 앞선 상태다.

MZ세대가 자신을 유형화하려는 시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MBTI, 퍼스널컬러, 골격 체형 분석, 애착유형 테스트까지 ‘나’를 설명할 수 있는 프레임을 찾으려는 움직임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애착유형 테스트는 오은영 박사가 방송을 통해 소개한 뒤 연애와 인간관계 콘텐츠의 핵심 코드로 자리 잡았다. 유튜브에는 ‘회피형 남자친구 다루는 법’, ‘불안형 연애의 특징’ 같은 동영상이 넘쳐나고 관련 심리학 서적들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심지어는 고전적인 사주팔자까지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GPT 스토어에 출시된 ‘운세박사 GPT’에 사용자의 생년월일, 성별, 태어난 시간 등을 입력하면 평생 총운, 재산운, 결혼운, 건강운 등을 볼 수 있다. 기존의 일방적인 운세 웹사이트와 달리 챗GPT와 대화하듯 궁금한 점을 실시간으로 물어볼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 서비스는 GPT 스토어 라이프스타일 부문 세계 5위에 오르며 한국 기업이 만든 GPT 서비스 중 유일하게 글로벌 상위권에 진입했다.

이처럼 ‘나’를 정의하려는 욕구는 단순한 자기 이해를 넘어 소비 시장 전반을 움직이는 동력으로 확장되고 있다. 퍼스널컬러 맞춤 화장품, 골격별 스타일링 클래스, 유형별 쇼핑몰 큐레이션 서비스 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퍼스널컬러 진단 부스는 취업박람회에서도 빠지지 않는 인기 프로그램이 됐다. 시장조사기관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전국 13~69세 남녀 1200명 중 33.5%가 퍼스널컬러, 체형 분석 등 퍼스널 컨설팅 서비스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의 경험률이 46.5%로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유형 찾기’ 열풍이 사회적 불안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팬데믹 이후 사람들은 더욱 불안해졌고 집단에서 정체성과 소속감을 찾으려는 경향이 커졌다”며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정의하려는 욕구가 시대적 불안과 맞물려 새로운 유형 찾기 문화를 만들어냈다”고 분석했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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