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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트럼프·유럽 공동 압박에 변화…'시간끌기용 기만술' 지적도
젤렌스키 "튀르키예서 푸틴 직접 기다릴 것"…30일간 휴전 거듭 강조


기자회견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타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파리=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송진원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직접 대화를 전격 제안하고, 우크라이나도 이에 일단 응하기로 하면서 지지부진하던 휴전 협상에 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직접 대화에 대한 양측의 진정성에 따라 만남의 실제 성사 여부와 협상 결과물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타스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우크라이나 당국에 오는 15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협상을 재개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 제안은 푸틴 대통령이 일방 선언한 72시간의 '전승절 휴전'이 종료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벽 시간에 나왔다. 전승절 휴전 기간 내내 우크라이나와 서로 적대행위를 중단하지 않는다며 비난을 주고받던 태도를 돌연 바꾼 것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앞선 관영매체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와 서방이 요구해 온 '30일 휴전안'에 대해 "숙고해 봐야 한다"며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의 배경은 우선 서방의 전방위 압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날 유럽 4개국(영국, 프랑스, 독일, 폴란드) 정상은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12일부터 30일간 육해공에서 모두 휴전하자고 러시아에 촉구했다.

이들은 휴전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확대하고 미국과 함께 에너지·금융 부문에 추가 제재를 가하겠다고 러시아를 압박했다. 5개국 정상은 이날 함께 통화한 트럼프 대통령도 조건 없는 휴전을 지지했다고 전했다.

기자회견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유럽 4개국 정상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러시아를 대하는 미국의 태도도 예전 같지 않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프란치스코 전 교황 장례식을 계기로 바티칸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독대한 이후 소셜미디어에서 2차 제재 등을 거론하며 "(푸틴 대통령이) 다른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도록 한다. 너무 많은 사람이 죽고 있다"고 했다.

이달 8일에는 "미국은 이상적으로 30일간의 조건 없는 휴전을 요구한다"며 "휴전이 존중되지 않는다면 미국과 협력국들은 더 많은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러시아 편을 들며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조건을 강요한다고 평가받았던 미국까지 가세해 압박하자 푸틴 대통령도 직접 대화의 뜻을 밝히며 한 걸음 물러선 모양새다.

푸틴 대통령의 제안에 우크라이나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30일간 휴전이 먼저 이뤄져야 직접 대화에 나설 수 있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러시아가 마침내 전쟁 종식을 고려하기 시작했다는 건 긍정적인 신호"라면서도 "전쟁을 진정으로 종식하는 첫 번째 단계는 휴전으로, 러시아가 12일부터 완전하고 지속 가능하며 신뢰할 수 있는 휴전을 확인해주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이날 오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같은 소셜미디어(SNS)에 12일부터 휴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목요일(15일) 튀르키예에서 푸틴을 기다리겠다. 직접. 이번엔 러시아가 핑계를 찾지 않길 희망한다"며 태도를 바꿨다.

여기에는 양측의 협상 중재자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자신이 설립한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우크라이나는 즉시 이에(러의 대화 제안) 동의해야 한다"며 "나는 우크라이나가 푸틴과 협상을 할 것인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러시아와의) 회담을 당장 하라"고 촉구했다.

2019년 12월 파리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대면한 젤렌스키-푸틴 대통령.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현 단계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이스탄불 회담이 실제 성사될지, 어느 급이 테이블에 앉을지 등이 안갯속에 가려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본인이 직접 이스탄불에서 푸틴 대통령을 기다리겠다고 했으나 푸틴 대통령이 이에 응해 본인이 등판할지는 미지수다. 푸틴 대통령이 회담에 직접 나오지 않을 경우 이를 이유로 우크라이나 측이 회담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만약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스탄불에서 대면할 경우 두 사람의 만남은 2019년 12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분쟁을 중재하기 위해 독일·프랑스 정상과 함께 4자가 파리에서 '노르망디 형식'의 회담을 한 이후 5년 5개월 만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서방 동맹국은 여전히 푸틴 대통령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당장 제재를 피하기 위해 대화하는 시늉만 하면서 시간을 끄는 특유의 기만술이라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성 발언이 나올 때마다 부활절 30시간 휴전, 전승절 72시간 휴전 등을 일방적으로 선언한 적 있다. 임시 휴전 기간에도 양국 간 교전이 이어졌다.

러시아는 이번 전승절 휴전이 종료되고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직접 대화를 제안한 뒤에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다.

북한의 군사 지원을 등에 업고 쿠르스크 지역을 상당 부분 수복하는 등 전장에서 우세인 러시아가 이스탄불에서 회담 테이블은 열어둔 채 시간을 벌며 군사행동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기자회견하는 푸틴 대통령
[타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런 우려를 예상한 듯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엑스에 "이것은 답변을 회피하는 방식"이라며 "그가 협상으로 나아가려는 모습은 보이지만 여전히 시간을 벌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꼬집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낮 독일, 영국, 폴란드 정상은 물론 트럼프·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해 15일 이스탄불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최고위급 회담이 열리려면 휴전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엘리제궁은 이날 밤 성명에서 밝혔다.

실제 푸틴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와 회담을 제안하며 "새로운 휴전, 진정한 휴전에 합의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면서도 서방이 제안한 30일 휴전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번 회담은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에 성과 없이 끝난 2022년 이스탄불 회담의 '재개'라는 의미를 강조했다. 당시 회담은 우크라이나의 중립을 핵심 안건으로 논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도 "분쟁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고 역사적인 관점에서 장기적인 평화를 확립하는 것이 회담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추진 등 친서방 정책을 전쟁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해 왔다. 이 때문에 양자가 협상 테이블에 앉더라도 접점을 찾기란 쉽지 않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크림반도 등 러시아 점령지 문제 역시 합의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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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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