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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전 우려 속에 3일 만에 ‘극적 휴전’ 합의
명분 챙긴 인도·파키스탄…‘뒷짐’ 미국도 개입
합의 발표 후에도 카슈미르선 밤새 폭발음
셰바즈 샤리프 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무슬림리그 지지자들이 10일(현지시간) 카라치에서 파키스탄과 인도의 휴전 합의를 축하하기 위해 횃불에 불을 붙이고 있다. AFP연하뷴스


전면전 우려를 키우며 무력 충돌을 이어온 핵무장 국가 인도와 파키스탄이 극적으로 휴전에 합의했다. 다만 휴전 합의 발표 이후에도 국경 일대 군사적 긴장이 이어지면서 양국은 서로 합의를 어겼다며 비판했다. 일촉즉발의 상황은 벗어났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은 모양새다.

10일(현지시간)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외교장관은 SNS 엑스에 “파키스탄과 인도는 즉시 발효되는 휴전에 합의했다”며 “파키스탄은 주권과 영토 보전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이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위해 항상 노력해왔다”고 밝혔다.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도 엑스를 통해 “인도와 파키스탄은 오늘 발포와 군사 행동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며 “인도는 모든 행태의 테러리즘에 대해 확고하고 타협하지 않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발표했다.

두 나라가 휴전에 합의한 건 서로 무력 충돌을 주고받은 지 3일 만이다. 인도는 지난달 22일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총기 테러에 대해 보복하겠다며 지난 7일 ‘신두르 작전’을 개시해 파키스탄 9곳을 미사일로 공격했다. 즉각 대응에 나선 파키스탄은 이날 오전 신두르 작전에 대한 대응으로 ‘분야눈 마르수스’ 작전을 개시해 인도의 미사일 저장 시설과 공군기지 등을 공격하기도 했다.

사실상 핵보유국인 양국이 고강도 공격을 주고받으며 확전 우려가 심화하던 가운데 이날 오후부터 ‘긴장 완화’ 기류가 나타났다. “인도가 멈추면 우리도 멈출 것”(다르 장관), “파키스탄 측이 화답하면 확전하지 않을 것”(인도군) 등 휴전 가능성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인도는 카슈미르 총기 테러에, 파키스탄은 인도의 미사일 공격에 대응해 각각 ‘보복 단행’이란 명분을 얻은 데 따라 휴전 기대감이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10일(현지시간) 파키스탄과 인도 간의 휴전 협정이 이뤄진 후 TV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국제사회 중재 노력도 휴전 합의에 힘을 보탰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중국 등이 양국에 휴전과 확전 자제를 촉구한 데 이어, 당초 관망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도 적극 중재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이 휴전 합의 소식을 밝히기 전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미국의 중재로 이뤄진 긴 협상 끝에 인도와 파키스탄이 ‘전면적이고 즉각적인 휴전’에 합의했음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가 태도를 바꾼 배경에는 핵 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작용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국제사회 승인은 없지만 핵무기를 보유한 두 국가가 공격과 반격 속도를 높이는 데다, 파키스탄 정부가 핵무기 사용 방식 및 시기를 논의하는 회의를 소집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오자 양국 갈등이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는 것이다.

미국으로선 인도·파키스탄 갈등이 확산할 경우 미중 대리전 양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비동맹 중립 외교를 추구해왔지만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협의체)에 참여해 미국과 중국 견제에 공조하는 입장이다. 파키스탄은 중국산 무기를 대거 사들이는 등 중국의 대표적 우호국으로 꼽힌다.

그러나 휴전 합의가 이뤄진 후에도 카슈미르 인도령과 파키스탄령 지역에서 폭발음이 보고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양국은 “(파키스탄이) 합의 사항을 위반했다. 이런 일이 반복될 경우 인도군이 강력히 대처할 것”(비크람 미스리 인도 외교차관) “몇몇 지역에서 인도가 휴전 협정을 위반하고 있음에도 우리 군은 책임감과 자제력으로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파키스탄 외무부) 등 공방을 이어가는 중이다.

파키스탄 주민들이 10일(현지시간)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휴전을 축하하며 탱크 위에 올라서 있다. AFP연합뉴스


CNN은 “미국이 중재한 휴전 합의는 카슈미르 지역을 둘러싸고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 분쟁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기여하지 못했다”라며 “카슈미르를 둘러싼 최근 대립이 일단은 끝날 수 있지만, 지속 가능한 평화를 의미하진 않을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인도 정부는 오는 12일 예정된 추가 협상을 앞두고도 ‘테러리즘과 합의하지 않을 것’ ‘다른 현안을 논의할 계획은 없다’ 등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데, 현재의 일시적 평화가 얼마나 위태로운지 시사하는 지점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짚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지난 6일 파키스탄으로 흐르는 인더스강 지류 강물을 차단한 조치도 일단 이어갈 예정으로 전해졌다. 양국이 무력 충돌 과정에서 주고받은 무역 중단, 비자 취소 조치 등도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로 꼽힌다.

국경 근처 주민들은 불안한 휴전을 환영하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인도령 카슈미르 푼치에 거주하는 랄 딘(55)은 영국 가디언에 “휴전 소식에 기쁘면서도 슬프다”고 말했다. 양국이 주고받은 포격 속에 그는 집과 친척 두 명을 잃었다. 딘은 “우리는 이전에도 세계 강대국이 중재한 일시 휴전을 경험한 적 있다”며 “인도와 파키스탄이 진지하게 분쟁을 해결하기 전까지는 훨씬 더 큰 갈등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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