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혹독한 대가 치를 것”

미국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 연휴를 하루 앞둔 26일(현지 시각) 워싱턴 DC 백악관 인근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주방위군 병사 2명이 사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치안 강화’를 명분으로 수도에 군 병력을 대거 투입한 지 약 3개월 만에 벌어진 참사다. 백악관은 즉각 폐쇄됐고, 연휴를 맞아 플로리다에 머물던 트럼프 대통령은 격노했다.

웨스트버지니아 주 방위군 2명이 사망한 범죄 현장에서 경찰이 수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로이터와 AP 등 외신에 따르면 총격은 이날 대낮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졌다. 현장은 백악관에서 불과 두 블록 떨어진 워싱턴 DC 시내 중심가였다.

인근을 지나던 목격자는 로이터에 “두 번의 큰 폭발음을 들었고, 어린아이들을 포함한 행인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총소리 직후 주방위군 병사들이 쓰러져 있었고, 시민들이 심폐소생술(CPR)을 시도하고 있었다”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사망한 병사들은 웨스트버지니아주(州) 방위군 소속으로 확인됐다. 당초 패트릭 모리시 웨스트버지니아 주지사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병사 2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용의자는 현장에서 대응 사격에 나선 군인과 경찰에 의해 제압됐다. 용의자 역시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근처에서 주 방위군이 총격을 당한 후 순찰 중인 다른 주 방위군. /연합뉴스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연휴를 보내고 있던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용의자를 ‘동물(animal)’이라고 지칭하며 “그는 매우 혹독한 대가(very steep price)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우리의 위대한 주방위군과 법 집행 기관에 신의 가호가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J.D. 밴스 부통령 역시 켄터키주 포트캠벨을 방문한 자리에서 “모든 신앙인이 병사들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번 사건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8월, 이민자 범죄 척결 등을 이유로 워싱턴 DC에 주방위군 2200여 명을 전격 배치한 상황에서 발생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반발에도 비상명령을 내려 군 투입을 강행했다. 바우저 시장 등은 연방 정부 조치가 자치권을 침해한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고, 연방 법원은 최근 시 당국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FBI 국장 캐시 파텔(가운데)이 2025년 11월 26일 워싱턴 시내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한 후 기자 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 정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총기 규제와 군 병력의 치안 투입 논란으로 번질 조짐이다.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제복을 입은 이들에 대한 폭력은 끔찍하고 용납될 수 없다”면서도 폭력 사태의 근본적 해결을 촉구했다.

수사 당국은 이번 사건이 군인을 노린 계획된 범죄(targeted shooting)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범행 동기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수사관들은 용의자가 병사들에게 접근해 총기를 꺼내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여파로 인근 로널드 레이건 워싱턴 내셔널 공항(DCA) 항공기 이착륙이 일시 중단되는 등 수도권 일대 보안이 대폭 강화됐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병력 500명을 추가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조선비즈

유진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