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수백억 국고보조 받으면서
정당 공공성 약화시키는 역주행
당원 가입은 가성비 좋은 해결책
당의 주인이 당원이라는 명제는 당연하게 들리지만 적어도 한국에선 헛소리에 가깝다. 왜냐하면 당 운영 경비의 절반이 넘는 돈을 국고 보조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당원들이 낸 당비만으로 정당이 선거를 치르고, 사무처 월급을 주고, 당사 임대료도 낸다면 당원 마음대로 당을 운영한다고 해서 누가 뭐랄 사람은 없다.
하지만 예산 지원이 없으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같은 거대 정당은 당 간판을 유지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매년 수백억원대의 국고보조금을 받는 조직이 내부 구성원의 뜻만으로 운영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고 싶으면 국고보조금을 포기하면 된다. 현 상태에선 정당 운영에 대해 일정 수준의 공공적 통제를 가하는 건 필수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정당이 당 지도부나 선거 후보를 선출할 때 당심뿐 아니라 민심을 반영해야 하는 정치윤리적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외국에도 한국처럼 국고보조금을 많이 지원하는 경우가 있긴 하다. 하지만 그런 국가는 대부분 의회민주주의가 정착된 국가들이며, 정당이 특정인의 사유물처럼 운영되지 않는다. 반면에 한국은 총선 때마다 ‘비명횡사’니 ‘진박공천’이니 하면서 당의 오너가 공천을 좌지우지한다. 이런 후진적 행태를 견제하고 정당의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해 경선 때 민심을 반영하는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요즘 여야 정당들은 완전히 거꾸로 간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당내 경선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똑같이 ‘1인 1표’로 부여하는 당헌 개정을 추진 중이다. ‘권리당원=강성 지지층’에 강점이 있는 정 대표가 내년 당 대표 연임을 위해 추진한다는 관측이 정설이다. 대표 연임→2028년 총선 공천권 행사→당을 ‘친청계’로 물갈이→2030년 대선 출마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다. 이재명 대통령이 용산에 입성하기 위해 밟았던 행보를 그대로 벤치마킹한 것이다.
문제는 ‘1인 1표’가 도입될 경우 민심 반영이 현저히 약화된다는 점이다. 지난 8월 전당대회 당시 민주당 권리당원은 호남이 36만5892명이었지만 영남은 9만642명에 불과했다. 현재 대의원은 권리당원의 17배 표 가치로 계산하기 때문에 호남 편중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똑같이 1인 1표로 하면 호남의 목소리는 훨씬 커지고, 영남은 크게 위축되기 마련이다. 이게 민주당의 공공성을 저해할 것은 불문가지다.
국민의힘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현재 당심(당원 투표) 50%, 민심(국민 여론조사) 50%로 돼 있는 반영 비율을 당심 70%, 민심 30%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명분이야 어떻든 결과적으로 당내에서 ‘윤 어게인’의 목소리를 확대하겠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다 돼가도 국민의힘은 외연을 넓히긴커녕 아직도 ‘계엄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양상이다. 만날 끼리끼리만 소통하니 윤석열·김건희 부부에 대한 시중의 거부감이 얼마나 심한지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것일까.
여야에 민심을 잘 챙기라고 아무리 권해 봐야 듣지 않는다면 남은 논리적 해결책은 하나다. 국민 모두가 당원에 가입해 당심 자체를 바꾸는 길이다. 저절로 당심이 민심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당비가 월 1000원밖에 안 되니까 별 부담도 없다. 단돈 1000원으로 한국 정치를 바꿀 수 있다면 가성비가 괜찮지 않은가. 양당에 모두 당원으로 가입하는 게 최선일지 모른다. 당원들이 여야를 대화와 타협으로 몰고갈 수 있다.
물론 현행법은 복수 당적을 금지하고 있어 책임 있는 언론이 할 소리는 아니란 걸 잘 안다. 다만 본인이 직접 출마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현실적으로 복수 당적을 적발할 방법이 없는 데다, 학계 일각에서도 복수 당적을 허용하자는 의견이 있다는 점은 덧붙이고 싶다. 어쨌든 이런 극단적 생각까지 해볼 정도로 여야의 역주행이 심각한 수준이란 건 분명하다.
정당 공공성 약화시키는 역주행
당원 가입은 가성비 좋은 해결책
당의 주인이 당원이라는 명제는 당연하게 들리지만 적어도 한국에선 헛소리에 가깝다. 왜냐하면 당 운영 경비의 절반이 넘는 돈을 국고 보조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당원들이 낸 당비만으로 정당이 선거를 치르고, 사무처 월급을 주고, 당사 임대료도 낸다면 당원 마음대로 당을 운영한다고 해서 누가 뭐랄 사람은 없다.
하지만 예산 지원이 없으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같은 거대 정당은 당 간판을 유지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매년 수백억원대의 국고보조금을 받는 조직이 내부 구성원의 뜻만으로 운영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고 싶으면 국고보조금을 포기하면 된다. 현 상태에선 정당 운영에 대해 일정 수준의 공공적 통제를 가하는 건 필수라고 생각한다.
11월 24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언주 최고위원이 정청래 대표 면전에서 정 대표가 추진하는 '1인 1표제'에 대해 비판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에서 정당이 당 지도부나 선거 후보를 선출할 때 당심뿐 아니라 민심을 반영해야 하는 정치윤리적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외국에도 한국처럼 국고보조금을 많이 지원하는 경우가 있긴 하다. 하지만 그런 국가는 대부분 의회민주주의가 정착된 국가들이며, 정당이 특정인의 사유물처럼 운영되지 않는다. 반면에 한국은 총선 때마다 ‘비명횡사’니 ‘진박공천’이니 하면서 당의 오너가 공천을 좌지우지한다. 이런 후진적 행태를 견제하고 정당의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해 경선 때 민심을 반영하는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요즘 여야 정당들은 완전히 거꾸로 간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당내 경선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똑같이 ‘1인 1표’로 부여하는 당헌 개정을 추진 중이다. ‘권리당원=강성 지지층’에 강점이 있는 정 대표가 내년 당 대표 연임을 위해 추진한다는 관측이 정설이다. 대표 연임→2028년 총선 공천권 행사→당을 ‘친청계’로 물갈이→2030년 대선 출마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다. 이재명 대통령이 용산에 입성하기 위해 밟았던 행보를 그대로 벤치마킹한 것이다.
문제는 ‘1인 1표’가 도입될 경우 민심 반영이 현저히 약화된다는 점이다. 지난 8월 전당대회 당시 민주당 권리당원은 호남이 36만5892명이었지만 영남은 9만642명에 불과했다. 현재 대의원은 권리당원의 17배 표 가치로 계산하기 때문에 호남 편중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똑같이 1인 1표로 하면 호남의 목소리는 훨씬 커지고, 영남은 크게 위축되기 마련이다. 이게 민주당의 공공성을 저해할 것은 불문가지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1월 25일 경북 구미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자리에서 지방선거 경선때 당심 반영 비율을 50%에서 70%로 올리는 방안에 찬성하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현재 당심(당원 투표) 50%, 민심(국민 여론조사) 50%로 돼 있는 반영 비율을 당심 70%, 민심 30%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명분이야 어떻든 결과적으로 당내에서 ‘윤 어게인’의 목소리를 확대하겠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다 돼가도 국민의힘은 외연을 넓히긴커녕 아직도 ‘계엄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양상이다. 만날 끼리끼리만 소통하니 윤석열·김건희 부부에 대한 시중의 거부감이 얼마나 심한지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것일까.
여야에 민심을 잘 챙기라고 아무리 권해 봐야 듣지 않는다면 남은 논리적 해결책은 하나다. 국민 모두가 당원에 가입해 당심 자체를 바꾸는 길이다. 저절로 당심이 민심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당비가 월 1000원밖에 안 되니까 별 부담도 없다. 단돈 1000원으로 한국 정치를 바꿀 수 있다면 가성비가 괜찮지 않은가. 양당에 모두 당원으로 가입하는 게 최선일지 모른다. 당원들이 여야를 대화와 타협으로 몰고갈 수 있다.
물론 현행법은 복수 당적을 금지하고 있어 책임 있는 언론이 할 소리는 아니란 걸 잘 안다. 다만 본인이 직접 출마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현실적으로 복수 당적을 적발할 방법이 없는 데다, 학계 일각에서도 복수 당적을 허용하자는 의견이 있다는 점은 덧붙이고 싶다. 어쨌든 이런 극단적 생각까지 해볼 정도로 여야의 역주행이 심각한 수준이란 건 분명하다.
김정하 논설위원